'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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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아마존이라는 기업은 구글이나 애플에 비해서 이미지가 화려하지는 않았다. 특히, 처음에는 전자 상거래로 알게 되었고, 킨들이라는 제품을 한번쯤 찾아본 적이 있을 뿐, 혁신이나 IT와는 거리가 먼 줄 알았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구글이나 애플보다 아마존이라는 기업이 더 크게 될 거라는 뉴스 제목을 보기도 했고, 엘론 머스크의 SpaceX처럼 우주 산업도 하고 있다고 하고, 지금은 이름에 걸맞게 거대한 회사다. 아마존하면 지독하게 강렬한 생명력 아닌가..

그런 아마존에서 12년간 생존한 개발자의 에세이를 읽었다. 말 그대로 생존기였다. 저자는 자신의 말에 따르면 개발 천재도 아니고, 엄청난 노력가도 아니지만, 아마존에서 생존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고, 아마존을 나와서도 아마존에 관련된 사업을 할 정도로 그의 인생에서 아마존은 큰 부분을 차지했다. 책을 읽으면서 나에게 유용하고 새롭다고 느껴졌던 부분들이 많았다.

스크럼

럭비에서 유래한 애자일 개발 방법이라고 한다. 현재는 이미 업계에서 많이 쓰고 있는 것 같다. 매일 매일 진행상황을 공유하고 오늘 할 일을 공유한다. 내가 지금까지 다녔던 회사에서는 보통 일주일에 한번 정도만 주간회의를 진행한다. 지난주까지 progress가 어떻고, 금주의 계획이 뭔지 공유하면서 실적과 계획에 대해 리뷰를 받고 수정한다.

스크럼은 일주일에 한번은 너무 긴 시간이라고 말한다. 시시각각 상황은 변하고, 이에 따라 서로의 역할 분담이 달라진다. 쉽게 생각했던 문제가 빙산의 일각이고 더 큰 문제가 숨어 있을 때는 그 부분에 인력을 더 투입해서 집중적으로 bottle neck을 뚫어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논의를 일주일에 한번씩 한다면 좀 더 일찍 뚫을 수 있는 부분을 묵혀놓는 상황이 되어 버린다.

물론, 일주일에 한번씩 회의를 한다고 해서 그 사이에 소통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업무에 필요한 사람들과 개인적으로 의사소통을 하면서 그들의 업무에 즉각적으로 변화를 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스크럼과 가장 다른 부분은 이러한 갑작스런 변화를 ‘개인적으로’ 일으키느냐, ‘공식적으로’ 일으키느냐가 가장 다른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일으키게 되는 경우는 일단 다수의 검증보다는 개인의 영향력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일으키게 된다면 이러한 사적인 부분이 사라지고, 변화에 대한 타당성도 공식적으로 즉각 즉각 인정받을 수 있다. 공식적으로 동의되었기 때문에 주간회의에서 구차하게 이 변화에 대해 설명할 이유도 사라지는 것이다.

회의의 기술

아마존에서 회의를 할 때는 ppt를 잘 쓰지 않고 6페이지의 기술 문서를 작성한 다음 회의 시간에 프린트해서 나눠주고 15분 정도 그 프린트를 모두가 조용히 읽고 회의를 시작한다고 한다.

이 부분은 정말 현실적으로 대단히 유용한 방법이다. 내가 시도해봤던, 실패했던 두 가지 방법을 교묘히 배합해 놓은 방법이다.

보통 회사에서는 주간회의할 때 한 명씩 돌아가면서 이야기 한다. 특정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도 발제자가 정보전달의 책임자다. 그러다 보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해하는데에 대부분의 시간을 쓰게 되고,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은 나만 모르나 하면서 observer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는 주간회의에서 이야기할 아이템을 공유 문서에 모두가 각각 작성하고, 이것을 읽고 회의에 들어오라고 했던 적이 있다. 이 방법은 취지는 좋았지만, 단점은 모두가 읽고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ㅜㅜ 이 방법은 내가 주간회의의 주재자로서 아이템을 모두 취합해서 이해하고 같이 이야기할 목록을 뽑는데에 들어가는 시간을 아끼고자 했던 방법이지만, 결국에는 개인들의 참여 정도에 따라서 회의 컨텐츠가 달라지고, 주재자인 나조차 안건을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모든 회의의 시작부에서 프린트물을 나눠주고 15분간 읽게 한다면 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 모두가 회의 전에 이것을 읽고 오지 않는 다는 현실적인 장벽을 아주 간단히 무너뜨리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강제로 읽게 하는 것이 뭔가.. 어린 학생들에게 사용하는 방법 같이 보일 수도 있지만, 간단한 정책으로 현실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없애버리는 추진력.. 아마 아마존이라서 가능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건에 대한 이해 수준을 효율적으로 같은 베이스로 맞추고, 회의 시간에서는 질문/답변에 집중하고 논의에 집중하는 것! 너무나 효율적이다.

포스트잇

저자는 여러가지 업무가 있을 때, 포스트잇을 활용해서 머리 속을 한 가지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업무는 여러가지지만 업무 사이에는 우선 순위가 있고, 우선 순위를 적은 뒤에는 가장 최우선에 있는 일만 생각하는 것이다.

업무 기록

업무에 대해 대화식으로 진행 상황이나 문제에 대해 기술한다. 보통 그냥 생각하다 보면 논점 없이 일정에 대해 걱정이나 상관없는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떠오르면서 생각을 집중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것을 내가 자문자답하는 식으로 기록해보면 의외로 문제가 단순하게 보이고 해결책이 쉽게 떠오르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이것은 보통 내가 보고 있는 문제를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다보면, 또는 다른 사람에게 질문하다가 내 머릿속에서 저절로 정리가 되어 물어 본 사람이 해결책을 내놓았던 경험과 관련이 있다. 여기서 필요한 다른 사람을 나 자신으로 대체해서 쓸 수 있는 방법이다.

나만 할 수 있는 일

항상 나만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생각한다. 세상은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딥러닝이니 AI니 하는 것들이 급속도로 발전되고 있기 때문에 내가 하고 있는 일이 가치를 인정 받을 수 있는 일인지 항상 생각해야 한다.

여기서 나만 할 수 있는 일이란 내가 세계 최고로 잘할 수 있는 ‘한 가지’ 일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것이 아니다. 그러면, 나 자신의 능력에 대해서만 좌절할 수 밖에 없다. 세계 최고가 아닌 이상..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또는 자신의 상황 3~4개의 교집합을 생각해 본다면 자신이 unique해 질 수 있는 영역이 쉽게 떠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이 사업 기획도 해봤고, 아마존에 다녔고, 미국에 있는 한인이라는 점에 착안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독자적인 사업 영역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