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지구상 가장 빠르고 유연한 기업의 비밀: 규칙 없음' 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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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라는 브랜드는 어렴풋이 언론을 통해 매우 빠르게 성장한 혁신적인 기업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회사의 업이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기에 여기에 뭔가 혁신적이고 특별한 것이 있을까 하고 내심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개인적으로는 한 때 미국 전화 영어 선생님이 하도 넷플릭스, 넷플릭스 하길래 귀찮아서 가입을 하게 되었지만, 첫인상은 홈페이지가 깔끔하다, 다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에 비해 끊기지 않는다, 화질이 매우 좋다 정도였다. 사실, 딱히 추천 시스템이 인상적이라거나 내가 주로 관심을 두는 테크 영역에서 뛰어나다는 인상은 받지 못했다.

하지만, 항상 실리콘 밸리 기업이 일하는 방식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리게 되었고 너무 잘 읽혀서 거침없이 이틀 만에 책을 모두 읽을 수 있었고 그 이후로 넷플릭스가 좀 더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 책은 초대 공동 창업자 중 한 명과 외부 비즈니스 스쿨 교수가 공동 집필한 형태로 외부 교수에게 넷플릭스 직원들을 인터뷰할 수 있게 해줌으로서 객관성과 형식에 재미를 가미한 형태로 쓰여졌다.

넷플릭스는 처음에는 비디오 대여 사업이 주류를 이루던 홈 미디어 시장에서 DVD를 우편으로 배송하는 심플한 방식으로 사업을 시작했고(1997년), 인터넷 세상이 열리자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로 유연하게 탈바꿈하였고, 단순 라이선스 방식에서 벗어나 오리지널 컨텐츠 제작 기업으로 변신해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며, 지금은 미국 시장에서 170여개국 글로벌 시장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룩했다. 단순한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이 아니고, 디즈니처럼 스스로 컨텐츠를 제작해내고 그것을 문화의 주류로 만드는 데 성공했고, 그 영향력은 단순히 비디오 사업에만 있지 않다. 단적인 예로,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가장 큰 경쟁 상대는 다른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아닌 넷플릭스라고 우스갯소리도 있다. 개인적으로 현재의 구독 서비스(넷플릭스, 왓챠, 유튜브)를 정착시키는데 성곡시킨 장본인이 넷플릭스라고 생각한다. (근데, 너무 많고 다 모으면 비싸다 ㅜㅜ)

넷플릭스가 이렇게 유연하고 빠르게 시장 상황에 대응할 수 있었던 성공 전략 중 유용한 전략을 다시 정리해보았다.

최고의 인재들로 최고의 팀을 구성한다.

넷플릭스는 단순 운영을 제외한 대부분의 포지션을 베스트 플레이어를 유지하기 위해 여러가지 전략을 구사한다.

먼저, 업계 최고 연봉을 지급한다. 업계 최고 연봉을 효율적으로 알아내기 위한 시스템으로 리크루터들을 적극 활용하고, 지구상 모든 회사에서 타 회사를 알아보는 행위를 배신 행위로 생각하는 반면, 넷플릭스에서는 이를 업계에서 그 사람의 시장 가치를 알아볼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생각한다. 개인이 알아보든, 인사팀에서 알아보든 자유롭게 외부 일자리를 알아보도록 허용하고 그로 인해 업데이트된 연봉 정보를 바탕으로 구성원이 더 좋은 곳으로 이직을 생각하기 전에 최고 수준의 연봉을 제시한다. 어떻게 보면 최고의 플레이어들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그렇다고 해서 시장가치가 떨어졌을 때 연봉을 깎는 경우는 없다고 한다.) 최고의 인재를 잃고 그 인재를 대신할 사람을 데려와서 업무 공백을 메우는데 드는 비용을 생각한다면 그리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다.

하지만, 반대로 비범한 인재가 아니라면 언제든지 두둑한 퇴직금(4개월에서 9개월치 월급)을 주고 바로 내보낸다. 대신 자신이 팀에서 필요한 사람인지 아닌지를 필요하다면 상사에게 상시로 키퍼 테스트(이 사람을 붙들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할건인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만약 키퍼 테스트를 통과한다면 안심하고 일할 수 있고, 80%정도라면 나머지 20%를 채우기 위한 조건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개선의 여지가 없다면 미리미리 이직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할 수가 있다.

넷플릭스는 회사를 가족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스포츠 팀이라고 생각한다. 스포츠 팀은 최고의 프로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동시에 내부 경쟁보다는 다른 팀을 이기기 위해 긴밀한 협력관계와 인간적으로도 끈끈한 유대관계를 유지한다. 처음부터 합의 하에 계약을 했기 때문에, 그 사람의 능력이 떨어지면 언제든 계약을 해지하고 자유롭게 다른 선수를 뽑는다.

성과 평가는 그 사람의 시장 가치로 판단한다.

많은 기업들이 직원의 성과 평가에 적지 않은 리소스를 사용한다. 핵심 목표를 신중하게 정하고 이를 달성했는지 여부에 따라 성과금을 지급한다. 하지만, 이 시스템이 잘 돌아가려면 핵심 목표 자체가 잘 정해져야 하고, 그 핵심 목표가 성과금을 지급할 시점에도 유효한 핵심 목표여야 한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은 시시각각 바뀌는 지금의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에 적합하지 않다. 1년 전에 정한 핵심 목표는 이미 1년 뒤에는 낡은 것이 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고, 업무를 진행하면서 바뀌는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없다. 게다가 1년 단위로 정해지는 목표로 인해 정말로 중장기적으로 회사에 도움이 되는 목표를 선정하기가 어렵다. 1, 2년 단위로 계약 갱신을 하는 임원들이야말로 특히 꼭 달성할 수 있는 단기 목표만을 선정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넷플릭스는 성과금 대신 기본연봉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지급하고, 그 사람의 가치를 시장가치로 판단하지 별도로 정량적인 성과 평가에 리소스를 쓰지 않는다.

솔직한 피드백 문화를 장려한다.

넷플릭스는 정량적인 성과 평가 장치는 쓰지 않지만, 직급에 관계없이 솔직한 피드백 문화를 장려한다. 그리고, 그 피드백이 헛똑똑이들의 잘난척질로 변질되지 않게 성숙한 피드백에 대해 많은 고찰을 했다.

넷플릭스의 피드백은 4A 로 요약된다.

주는 사람은,
Aim to assist 받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려는 생각으로 해야한다.
Actionable 실행 가능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경우 해야 하고, 그 대안을 포함한 제안을 해야 한다. 대안 없는 비판은 의미 없는 푸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받는 사람은,
Appreciate 부정적 피드백에는 본능적으로 방어적이 되기 쉽다. 따라서, 피드백을 받았을 때 이런 본능은 자제하고 이 피드백을 어떻게 발전적인 방향으로 사용할 것이며 이에 대해 어떻게 감사한 마음을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해야 한다. 특히 자신이 상사일 경우 구성원에게 이런 피드백을 줘도 괜찮다는 소속 신호를 주어야 한다.
Accept or discard 받아들이고, 받아들이지 않고는 받는 사람의 자유다. 진심을 담아 고맙다고 말하되 수용 여부는 전적으로 받는 사람에게 달려 있다는 사실을 모두 이해해야 한다.

휴가, 출장 규정이 없다.

모두가 성숙하고 뛰어난 구성원임을 자부하기 때문에 사소한 것에 규정을 두고 리소스를 쓰며 통제 당한다는 느낌을 주면 안 된다. 넷플릭스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팀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알아서 한다. 다만, 이런 규정이 반대로 휴가를 가지 않는 문화가 되지 않도록 C-Level, 매니저들이 솔선수범하여 적극적이 휴가를 가야 한다.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로 랜덤으로 20%의 영수증에 대해 재무팀에서 점검한다던지의 방식으로 리소스 투입을 최소화한다. 단, 책임은 구성원 각자에 있기 때문에 부정한 사용이 있었을 경우 다른 구성원들에게 납득시킬 수 없다면 해고 당한다. 모두가 성숙한 구성원이고, 서로 피드백을 자주 주고 받기 때문에 자정 작용이 되는 것 같다.

비용 처리, 결재 라인이 없다.

비용 처리, 의사 결정 또한 정보에 밝은 주장, 즉 담당자에게 가장 큰 권한을 부여한다. 수많은 결재라인을 거치다 보면 애초의 창의적 아이디어는 볼품없는 것으로 변해있을 가능성이 크다. 넷플릭스처럼 실패가 바로 안전 문제로 직결되지 않는 한 최대한의 자유를 준다. 이를 위해 이러한 창의적 도전을 베팅으로 표현하고 이를 장려한다.

맥락으로 리드하라.

그렇다면 매니저는 필요없는 것인가? 아니다. 매니저는 팀원들에게 회사의 맥락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 맥락은 정해진 것은 아니고, 시장 상황이나 회사가 얻은 경험치에서 바뀔 수 있는 유기적인 것이다. 넷플릭스는 피드미드 구조가 아닌 나무 구조에 비유된다. CEO가 제시한 맥락이 매니저-> 직원에게 흘러들어오기까지 각자의 포지션에서 이 맥락에 생각들이 더해진다. 담당자는 의사결정할 때 이 맥락을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함으로써 의사결정하는 데에 도움을 받고, 회사 전체의 전략을 일치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모든 것을 오픈한다.

넷플릭스는 경쟁사에 흘러들어갈 경우 문제가 될 수도 있는 민감한 정보까지 모두 오픈한다. 외부 유출 될 경우 당사자가 감옥에 갈 수 있는 경우까지도 오픈한다. 물론, 정보 취득자가 곤란해지지 않게 그런 정보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에 대해서도 같이 명시한다. 이로 인해 회사 전체가 말단 직원까지 회사 전략에 대해 이해하고 말로만 CEO 처럼 일하는 것이 아니고, 실제 CEO 가 어떤 맥락과 정보를 가지고 있는지 항상 파악할 수 있다. 이것이 의사결정을 밑으로 내릴 수 있는 밑바탕이다.

실패에 대해 선샤이닝한다.

창의적 도전이 중요한 조직일 수록 실패에 대해 요란 떨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대신 담당자는 실패 사례에 대해 당당히 밝히고(선샤이닝) 이로 부터 배울 수 있는 점이 무엇인지만 공지한다.

위 사항들을 적용할 때 문화적 차이를 고려한다.

넷플릭스의 문화는 미국 문화 기반에서 다듬어진 혁신이다. 다른 문화권에서는 그 기반 자체에 거부감이 있을 수도 있다. 각국의 문화적 차이를 컬쳐맵을 통해서 고려하고, 끊임없이 대화한다.

진짜 중요한 방법은

여기까지 다른 회사에서는 볼 수 없는 넷플릭스만의 독특한 문화에 대해 여러가지를 이야기했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방법들을 고스란히 다른 회사로 옮겨놓는 순간 예기치 않은 문제가 터져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방법들 자체가 다른 회사에 정답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직감한다.

책을 쭉 읽으면서 넷플릭스에 이런 혁신적인 정책, 문화가 통할 수 있었던 것은 위의 많은 원칙들이 한 순간에 적립되지 않고, 순간순간 얻은 경험을 앞으로 어떻게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 끊임 없이 고민하고, 합리적인 생각들을 이어나갔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베스트 플레이어를 배치해야 겠다는 생각은 처음 정리해고를 어쩔 수 없이 해야 했던 경험으로부터 채득한 것이고, 피드백을 장려해야겠다는 생각은 CEO의 결정을 방관하여 겪게 된 실패로부터 나왔다.

그 순간 순간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잇지 않았다면 위의 원칙들은 공염불에 그쳤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일을 하면서 얻은 Lessons Learned 를 솔직히 오픈하고 이로부터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리기 위한 그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혁신적인 일들을 끊임없이 해낼 수 있는 문화와 원칙들을 내재화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